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일단, '웨스 앤더슨'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작품은 아름답고 화려한 미장센의 치열한 혈투마냥 그들끼리의 어떤 빛나는 미학의 전장을 보는 듯하다. 이 영화는 특히, 더욱, 더 그러했다. 기대했던것 그 이상으로 내게 미학적, 심미적 즐거움을 한껏 주어서 행복했다. 게다가 그 미학적 아름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덧붙여진 텍스트의 확장성이 유쾌하고 기발하며 창의적인 그만의 영화 세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듯하다.
영화 속 배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을 당시의 유럽 풍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때의 분위기와 시대적 배경을 '차용'했지만 가상의 국가를 만들어서 거기에 호텔을 짓고, 제과점도 짓고, 교도소도 지었다.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D의 피살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이자 애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와 그의 제자이자 친구인 아랍인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가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의 재기발랄함이 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다.
영화의 컷만 보면 그저 아름다운 미적 즐거움만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이 영화는 유일무이하게 하드보일하다. (그러나 여전히 왜 청소년 관람 불가인지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은 '자본'과 '예술'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이를 독차지 하려는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와 구스타브의 싸움. 그러나 그녀가 남긴 최고의 유산은 다름 아닌 '사과를 든 소년'이라는 그림이다.
20세기 초 두 차례의 전쟁을 만나면서 당시 예술은 파괴되고 순수성은 점차 사라진다. 그 시대를 읽기 위해서는 처음의 책장을 펼치고, 다음 젊은 작가를 만나고, 다음 젊은 구스타브를 만나는 두둑한 책 속의 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감독은 이런 느낌을 화면에 담기 위해 배경이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당시 유행했던 화면의 비율로 작품을 만들었다한다. 1.37:1 , 1.85:1 , 2.35:1 이렇게 말이다. 또한 그 화면 비율에 들어오는 화면들은 색상 뿐 아니라 좌우대칭, 수직 수평이 절묘하게, 아니 집요하게 짜맞춰지며 타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조화는 훌륭한 배우들이 다발로 출연한다는 강점을 잘 살리는데 탁월하게 작용한다. 적절하고 효과적이게 배우들을 배치하여 툭툭 튀어오르는 매력넘치는 익숙한 명배우들을 보는 관객들을 사로잡게 만든다.
진짜 복수에 대한 고민. '레버넌트 The Revenant' (0) | 2020.0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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