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작이자, 개봉작인 <레버넌트>를 보았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의 만남이라니.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만남은 그 순간부터 이미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개봉 이전에 며칠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더 오스카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기도 했고, 특히나 전 세계의 열망(?)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상 수상의 점치는 유행까지 번지고 있다.
일단 영화는 마이클 푼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서부개척 시대 이전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졌던 인디언과 침략자 백인들간의 살육적인 현장이 그 무대이자 배경이다.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디언과 같이 삶을 살다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아들과 함께 백인 사냥꾼 팀에 합류하여 산 속의 길잡이가 돼 주었다.
그때 함께 한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와 다툼이 자주 있었는데,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고 더욱 더 앙숙이 되버린다. 도피 생활 와중에 회색 곰의 습격을 받은 글래스는 죽기 직전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서도 자신을 배신한 피츠제럴드를 찾아 생존과의 사투를 벌인다.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지만 간단하진 않다. '동료의 배신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한줄 평은 이 영화의 깊이를 바다가 아닌 시냇물정도로 만들어버린다. 우선은 시대적 배경을 고민해봐야 하는데, 침략자이며 잔인한 듯 보이는 인디언들은 진짜 침략자인 백인들에게서 빼앗긴 자식과 땅을 되찾고자 더욱 혈안이 되어간다.
'복수에 대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인들을 죽이기 위해 말과 총을 빌리려고 프랑스인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프랑스인은 또 인디언을 이용하고, 미국인은 인디언을 이용하고,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굴레 속에서 진짜 야만인은 누구일까 적나라게 보여주게 된다. 침략자는 누구인가, 살인자는 누구인가, 혹은 복수심에 불탄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인간'이라는 하나의 생명체는 미약하고 흘러가는 하나의 유기체일 뿐이게 만드는 그 거대한 존재는 무엇인가. 태고적부터 살아왔던 그 땅의 원주민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왔다. 그러나 땅을 빼앗긴 이들은 땅과 혼을 마주하고 자연 그 자체가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던것도 그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또 다른 원주민의 힘이 아니던가. 정신적 견딤의 원숙함을 이끌어주고, 노련하게 생존을 개척할 수 있던 것도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광할하게 펼쳐진 대자연의 풍경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라는 걸 직접 보여주는 것 같은 훌륭한 촬영도 일품이다. 이 영화의 촬영감독은 엠마누엘 루베즈키로 <그래비티>,<버드맨>으로 연속 오스카 상을 수상한 대가이기도 하다. 이번 <레버넌트>로 3연속 오스카 상을 노린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순 없는 것이 영화 음악인데, 류이치 사카모토, 알바노트, 브라이스 데스너가 공동참여하여 웅장하면서도 스산하고, 어두우면서도 부드러운 음악을 남겼다. 인물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와 극한의 아름다운 절경이 등장했을 때의 묘미가 적절히 조화되어서 음악만 듣고 있어도 영상에서 보여줬던 빛과 어둠, 산과 나무, 강과 바람이 온몸에 전해지는 듯하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열했던 연기 노력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마케팅에 쓰였다는 것이다.
과연 그가 오스카상을 받을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인간의 잔혹성과 인디언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빛바랬던건 아닐까. 게다가 톰 하디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서 이 영화의 극적인 미를 더 한층 부각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감정의 과잉을 끌어들이려고 하여 이냐리투 감독의 표현 방식이 점점 과장되가는 측면도 없잖아 있지만 아직은 건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장센의 극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0) | 2020.07.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