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잉크를 구입했다.
워터맨 블루블랙잉크. 그러나 케이스 표면엔 또 다른 이름이 적혀있다.
''mysterious blue'
어쩐지 정말로 이 잉크는 이름 그대로 미스테리하다.
처음에 만년필에 잉크를 촉촉히 적셔서 글씨이고, 그림이고 칠을 할 때면,
분명 차분하지만 강렬하고 어둡지만 밝은 익숙한 블루블랙을 볼 수 있는데
금세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언제 그런 색을 지녔냐는 듯이 이로시주쿠의 '송로'와 비슷한 청록빛을 오묘하게 띤다.
게다가 어떤 종이에 그 색을 더하는냐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
만년필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소문난 종이일수록 블루를 더 다듬는다.
이런걸 진정 '미스테리'하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진함과 부드러움은 그 농도가 참 만년필과 기꺼이 두 입술을 맞이하는 듯이 착 달라붙어
이렇게 느낌이 좋을수가 없는데,
순간 이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심정같다.
만년필과 잉크로 새겨진 농담과 그라디에이션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과 같다.
그래서 블랙과 같은 한가지 빛깔을 띄는 색보다는 블루블랙이나 라이트브라운 같은
경계를 넘나드는 색들이 더 그 연성과 잘 흐르는 것 같다.
빠져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잉크를 탐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름신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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